28일 후
감독
대니 보일 (Danny Boyle)
주연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 짐
나오미 해리스 (Naomie Harris) ....셀리나
브랜든 글리슨 (Brendan Gleeson) ....프랭크
메간 번즈 (Megan Burns) ....한나
조연
노아 헌틀리 (Noah Huntley) ....마크
크리스토퍼 애클리스턴 (Christopher Eccleston) ....헨리 웨스트 소령
스튜어트 맥쿼리 (Stuart McQuarrie) ....패럴 상사
- 진정한 재앙은 무엇인가?
조지 로메오의 좀비 3부작 이후로 많은 영화들이 이 위대한 3부작의 뒤를 이어가려 했으나 [바탈리언]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그저 그런 정도에 그쳤다. 아예 스플래터로 돌아서서 제자리를 찾아간 [바탈리언] 시리즈와 달리 대다수의 좀비 영화들이 정통 B급 호러의 정서를 고집했고, 결과적으로 엉성한 특수 효과와 무의미한 고어 장면들로 영화 전체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에 평론가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조차 외면했음은 당연하다.
내가 조지 로메오의 좀비 3부작에 언제나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가 있다. 그의 영화들은 항상 좀비들로 이루어진 세기말적 영상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3부작 중에서 1부에 해당하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가장 높이 치는 편인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생존자들의 파괴 본능과 돌이킬 수 없는 이기심에 대해 명쾌하게 그려낸 수작이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이야기 할 [28일 후]는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그 계보를 잇는 영화다.
왔냐? 일단 맞고 시작하자
파괴 본능 쩌는데?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로지 로메오와 리처드 매드슨의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좀비 3부작이나 소설 '나는 전설이다'가 이룩해 놓은 좀비와 감염에 대한 설정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부분 지켜져 왔던 것에 반해 [28일 후]는 극히 일부의 설정만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 모두를 바꾸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에 등장하는 감염자들은 좀비가 아니다. 그들은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이며, 영화 내의 등장 인물들도 그들이 굶어 '죽을' 가능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하고 있다. 분노 바이러스는 죽은 자를 돌아오게 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극한대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감염자들은 팔 다리가 잘리면 보통 사람들처럼 과다하게 피를 흘리며, 총을 맞고도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움직일 수는 있으나 곧 죽어 버린다.
완전 호구란 소리군요
그러나 이 모든 단점들을 뒤엎어 버리는 설정이 하나 있으니, 바로 감염자들이 뛰어 다닌다는 것! 지금에 와서야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당시로서는 가히 충격에 가까운 설정이었다. 좀비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아나 진짜 나랑 장난해? 왜 저런 느림보들한테 잡혀서 죽냐? 튀면 그만 아냐?"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28일 후]의 감염자들은 입에 개거품을 물고 뛰어 다닌다. 이게 얼마나 대단했는지 뒤이어 나온 [새벽의 저주]에서는 오리지날 좀비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이 태연하게 뛰어 다녔고, 더 후에 나온 조지 로메오의 좀비 3부작 후편인 [랜드 오브 데드]는 거꾸로 "왜 좀비가 걸어 다니나요?" 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호구 아니거든 씹새야?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감염 과정까지 기가 막히다. 감염자들의 피나 타액을 통해 감염이 되면 서서히 죽어갔다가 살아있는 시체로 부활하는 게 아니라, 10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완벽하게 감염자가 된다. 죽어라 피를 토해내는 감염자들의 피가 조금이라도 몸 속에 들어가거나 하면 10초 이내로 끝장인 것이다. 셀레나가 그녀의 동료를 무참하게 끝장내 버리는 장면의 소름끼치는 임팩트는 바로 이러한 설정의 힘이다.
우리는 좀비 뭐 그딴 약한 새끼들이 아니거든요?
존나게 뛰자!
이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 [28일 후]는 초중반까지 전형적인 좀비 영화의 궤도를 밟는다. 버려진 도시의 공허함이나 절망적인 생존자들의 여행길, 그리고 재난 영화에서는 항상 나오는 항상 나와야 하는!!! 버려진 쇼핑몰의 판타지까지. 그러나 그럴 싸한 좀비물의 여정은 중후반부 군인들이 개입하면서부터 미묘하게 틀어진다.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시점 뒤로 감염자들은 직접적으로 닥쳐오는 어둠으로부터 물러나 여전히 위협적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 배경으로 남는다. 군인들의 어두운 욕망과 주인공 일행의 절박한 생존 의식이 대립하면서 [28일 후]는 더 이상 생존자들과 감염자들의 경계를 나누어 놓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모두 나가주세요
누가 감염자이고 누가 생존자인지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해진 것이다. 문명으로부터 분리된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무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군인들과 맞서는 주인공 짐조차도 말이다. [28일 후]는 냉정하게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과연 어느 쪽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주인공 짐 역의 킬리언 머피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무려 허수아비 나부랭탱이로 활약
조지 로메오의 좀비 3부작 이후로 좀비 영화들은 피와 살점만으로 가득찬 부끄러운 족보를 써내려갔다. 21세기로 들어서고 나서야 진정 거장의 혼을 잇는다고 할만한 작품이 몇 개 나오기 시작했는데, [28일 후]는 그 중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조지 로메오의 좀비 영화가 그래왔듯, 깔끔한 좀비 영화이면서 동시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현대에는 오히려 좀비 3부작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암울했던 과거의 좀비 시대는 갔다. 이처럼 좋은 선례가 있는 만큼 21세기에는 계속해서 진보하는 좀비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물론 니들이 다 뛸 필요는 없고.
What's up?
1. 달리는 감염자들은 실제로 육상 선수들이었다.
2. 총 세 개의 결말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밝은 엔딩을 극장판에 집어 넣었다. 나머지 두 개는 DVD를 통해 볼 수 있다.
3. 군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버전이 있었다. 시나리오로만 존재하는 이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DVD에서 만나볼 수 있다.
4. 나는 DVD 알바생이 아니당ㅇ나ㅣㅜㅁ다
"사랑하는 아들. 잠들게 하길 잘했어. 다시는 깨지 마렴."
2008. 03 15.
Virus.
From Empt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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